연방타임즈 = 박순응 기자 |
"정상적인 건축허가를 받아서 지어진 50년이나 된 건물을 현행 건축법에 맞춰서 절반을 잘라 내라고 합니다. 이 게 말이 됩니까?"
이번 달 9일 오후 대구시 수성구 수성동 4가 대로변에 있는 지하 1층, 지상 3층 건물 앞에서 법원 철거업체 관계자등 1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국토정보공사 직원들이 철거지점을 확정하기 위한 측량을 하고 있었다.
현장에 나온 건물주 K모씨는 " 1972년 합법적으로 신축한 건물인데 국토정보공사가 지적불부합이 분명한데도 지적도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측량을 해주었고 수성구청에서는 상대방이 동의하지 않는다며 법원에 지적불부합 사실을 통보하지 않아 법원에서 먼저 판결을 내면서 이같은 일이 발생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K씨는 "일제 시대 만들어진 지적도를 새로 작성하면서 수성구청이 자신의 땅에서 21㎡가 상대방 쪽으로 넘어갔고 전체 면적이 상대방은 늘고 자신의 땅은 줄어들었는데도 불구하고 수성구청이 이 사실을 확인해 주지 않아 엄청난 손실을 입었다" 행정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국토정보공사와 수성구청을 상대로 피해배상소송 등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인근에서 영업 중인 공인중개사 최종호 대표는 "언제 무너질지도 모르는 노후건물의 절반을 잘라내면 안전도 문제지만 건물 기능도 할 수도 없게 된다. 상황이 이렇게 될 때까지 허가 관청이 나몰라라 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관할 수성구청의 무책임한 행정에 불만을 토로했다.
최대표는 "아무런 잘못도 한 것이 없는 건물주가 일방적으로 모든 피해를 감수하는 것은 사회정의에도 부합하지 않은 만큼 안전진단 등 남은 행정절차에서 수성구청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원만한 해법을 찾을 수 있도록 중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수성구 황금동에 있는 또다른 2층 건물주 C씨는 지난해 경계 측량을 의뢰한 국토정보공사로 부터 지적 불부합이어서 측량을 해줄 수 없다며 측량을 거부당했다. 옆집에서 용도가 없는 담장을 쌓아 놓아서 출입에 큰 불편을 겪어오던 중 우연히 네이버지도를 통해 경계가 1m이상 침범한 것을 발견했다. 마침 최근 신축한 뒷집의 경계선은 네이버 지도와 일치하는 것을 발견하고 경계 측량을 신청했는데 이같은 통보를 받고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옆집과 경계확정을 위한 소송을 제기했는데 LX 대구동부지사는 법원에 국토부의 관련 공문을 첨부하면서 지적불부합이 해소돼야 측량을 해줄 수 있다는 답변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이와함께 지적불부합 조사가 완료되고 정부정책이 확정되면 내년 쯤 측량해 줄 수 있다는 비공식적인 입장을 재판부에 전달했고 재판부가 내년에 재판을 열겠다고 담당 변호사에게 알려왔다는 것이다.
국토정보공사의 이같은 답변에 대해서 담당부서인 국토부 지적재조사기획단 관계자는 "전혀 근거없는 이야기"라고 선을 그었다. "현재 진행중인 것은 전국적인 지적불부합지에 대한 조사사업에 불과하며 불부합지 해결과 관련한 구체적인 일정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국토정보공사 담당자인 P팀장은 황금동 건물주 S씨에게 지적불부합을 수성구청에도 전달했고 내년에 지적불부합 지역으로 지정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수성구청 관계자는 그런 내용이 보고받은 적도 없고 해당지역은 요건도 되지 않아 검토대상 자체가 되지 않는다며 국토정보공사가 설명한 내용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같은 상황에 대해 또다른 LX관계자는 전혀 다른 설명을 내놨다. 이같은 경우는 지적불부합이 아니라 같은 토지에 대한 측량 결과가 다른 때문이라는 것이다. 전문용어로 '이중성과'지역이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국토정보공사가 측량을 잘못해서 벌어진 일을 지적불부합이라는 이유를 대면서 일단 책임을 피하기 위해 법원에 허위사실을 제출한 것이다.
지적불부합과 관련한 분쟁에서 실제 현장은 자의적 해석과 엉터리 설명, 관계자들의 책임회피성 업무처리 등이 난무하면서 혼란이 끝없이 이어지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 지적불부합은 적극적인 중재로 해법 찾는 것이 우선
현재 지적 불부합지역은 전국적으로 약 1억 5천만 평으로 전국 평균 15%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특히 지적 불부합으로 인한 토지 분쟁에 들어가는 사회적 비용은 연간 약 3조 8천억 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같은 지적불부합과 관련해 LX는 "일제 강점기에 측량기준점과 현재의 측량기준점, 측량기법이 다르다 보니 생긴 일"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정부에서도 이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지적재조사에 관한 특별법이 2022년부터 시행하는 등 문제해결을 위한 활동이 본격화하고 있다.
2012년 발표된 정부의 지적불부합지 정리 지침에는 '지적불부합지는 지적공부상의 등록사항(경계·면적·위치)이 실제 현황과 일치하지 아니하는 10필지 이상의 집단적인 지역을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현지측량 또는 지적측량 성과 검사시 지적불부합지가 발견된 경우에는 소관청은 지적공부·지형도 등 관련 자료를 종합적으로 조사해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재산문제가 걸린 미묘한 문제이고 그 범위가 워낙 넓다보니 많은 애로가 발생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토정보공사의 한 관계자는 "내부에서도 이같은 문제를 알고 있지만 자칫 손해배상소송 등에 휘말릴 소지가 많고 특히 잘못될 경우 측량을 해준 담당자가 민형사상의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어쨋던 지주들간의 화해를 유도해 보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제시해 줄 해법을 찾는 것이 난망인 경우가 많아 당황스러운 경우가 많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측량 업무 개방 검토해야 할 때 왔다 지적도
관련업계에서는 측량 업무를 국토정보공사가 독점하고 있다는 점이 이같은 자의적 해석과 책임 떠넘기기가 일어나는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도 나오고 있다. 독점을 하다보니 한국국토정보공사의 업무를 검증해 줄 수 있는 기능이 없고 결국 내부자들끼리 서로 봐줄 수 있는 구조가 관행으로 굳어졌다는 것이다.
민간측량 업체를 운영중인 M모씨는 "현재 GPS를 이용한 정밀 측정법이 도입되면서 누가 하더라도 거의 동일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고 밝혔다. 현 시점에서 감정평가 업무가 한국감정원 독점에서 민간으로 개방된 것 처럼 측량업무도 민간에 개방해도 별 문제가 없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