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8 (일)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인천 2.1℃
  • 울릉도 4.3℃
  • 흐림충주 2.5℃
  • 대전 3.3℃
  • 대구 6.8℃
  • 전주 6.9℃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제주 10.7℃
  • 흐림천안 2.7℃
  • 흐림고흥 8.3℃
기상청 제공

오피니언

서울대 출신 아들이 쓴 부친 장례식 조문 감사 편지

연방타임즈 = 고순희 기자 |

 

삼가 감사 인사 드립니다.


지난 3월 10일 저희 부친상에 바쁘신 와중에도 불구하고 따뜻한 조문과 부의로 위로해 주신데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살펴주신 덕분에 무사히 장례를 치르고 부친은  가족묘지에 안장하였습니다. 

 

 제 부친은 1949년 경남 합천에서 7남매 중 막내로 태어나 어릴 때 성주으로 이주하였습니다. 부친은 어린 시절 부모님을 모두 여의셨고 ,1960년대 단신으로 대구에 오셔 미군부대 군납업체 등 직장생활을 하시다가 1980년 설비기계를 설립하여 대구에서 식품기계 설계 제조업을 42년간 운영하였습니다. 

부친은 식품업체, 지방자치단체 등으로부터 다양한 식료품, 특산품 등 가공을하는 기계를 주문제작 후 공급하였고 대학교의 실험기자재 또는 화장품 제조라인을 공급하는 등 오랜 기간 설계 및 제조업을 해오셨습니다. 

 

 조실부모하여 부모님의 사랑을 많이 받지 못하셨던 부친은 자녀들에 대해서는 무한한 사랑을 내려주셨습니다. 음식료 유통업까지 확장한 사업이 IMF 시절 매우 어려워 막대한 채무가 발생하였고 이를 갚기까지 약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지만 부친은 가족들에게 힘든 내색을 비치지 않으셨고 특히 자녀들에게는 어려움을 절대로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다. 


 저는 서울대학교에 입학하고 대학원을 마치고 사법시험에 합격하기까지 부모님의 지원을 받았었는데 부친이 어려운 가운데 지원해주셨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고 부친의 사랑에 아직도 가슴이 먹먹합니다.

 

 칠순이 지나서도 계속 업을 영위하던 부친은 모친과 함께 은퇴 및 노후 계획을 세워 두셨는데 안타깝게도 3년 년전  교통사고로 인하여 대수술을 받게 되었고 그로 인하여 바로 모든 사업을 접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부친은 각고의 노력으로 재활을 하시면서 회복하셨고 이는 기적과도 같았습니다. 부친은 그 이후 계속된 수술과 병원 치료를 받으시는 가운데에도 힘든 내색 없이 손주와 많은 시간을 보내고 지인분들을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셨습니다. 

 작년 부친은 지병의 악화와 함께 급성신부전이 발병하여 위중한 상태에 놓이셨고 응급실 소생실에서 의사들은 가족들에게 연명치료를 할 것인지 선택해달라고 하였습니다. 이 당시에도 저와 가족들은 너무나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부친은 또 한 번 기적같이 회복하셔서 가족 곁으로 돌아오셨습니다.
 
 그러나 기적도 여러 차례 오기는 어려웠나 봅니다. 부친은 계속된 수술과 병원 치료로 기력은 더욱 약해지셨고 이번에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새도 없이 사랑하는 가족들과 거주하던 집에서 새벽에 홀로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제대로 임종을 맞이하지도 못한 저는 아쉬운 마음도 아버지에게 죄송스러운 마음도 너무나 큽니다. 

 

 대학에 입학하면서 대구를 떠났던 저는 2012년에 다시 대구로 내려와 그 때부터 부모님과 함께 살았습니다. 지난 12년간 부친과 함께 한 시간은 제겐 너무나 소중합니다. 부친은 제가 변호사로 개업할 때 여러 조언을 해주셨고 제가 기계 설비에 관한 소송을 할 때에도 아낌없이 자문해주시기도 하셨습니다, 제가 부친과 같은 업을 하는 분들의 소송을 잘 처리해드렸을 때에는 조금이나마 뿌듯한 마음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부친과 함께 식사하고 나들이를 가는 즐거운 시간도 있었고 부친이 여러 사고와 질병으로 병원 치료를 받으실 때에는 함께 병원에 가며 걱정하던 시간도 있었습니다. 부친이 병원치료를 받으실 때마다 가족이 다같이 부친의 회복을 기원하였는데 이렇게 함께 한 시간은 우리 가족을 더욱 끈끈하게 결합시켜주는 기회가 된 것 같습니다. 

 어제 삼우제를 지내며 부친 생각에 허망함과 슬픔이 제 온몸을 휘감았지만 한편으로 부친이 주신 사랑이 너무나 고맙게 느껴졌습니다. 

 이번 장례식에서 너무나 많은 분들이 조문을 해 주시고 위로해주셔서 저희 가족에겐 매우 큰 힘이 되었습니다. 
 베풀어주신 은혜를 생각하면 일일이 찾아뵙고 인사드려야 마땅하나 아직까지 황량하기 이를 데 없어 이렇게 편지로 대신함을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차후 귀댁에 경사나 조사 모두 연락을 주시면 그 때마다 찾아뵙고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이정진 배상   현)  법무법인 세영에서 변호사로 활동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