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교육부가 가진 대학 관련 예산과 규제 권한을 지방자치단체에 대폭 넘기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따라 지자체와 지역 대학이 논의해 지역 교육과 산업 발전을 위해 예산을 쓸 수 있도록 하고, 교육부 내 대학 관련 부서도 폐지하겠다고 했다.
존폐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이어졌던 외국어고는 폐지하지 않기로 해 다양성에 기반한 새로운 교육 시스템 도입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장관은 지난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대학이 중앙정부가 만든 전략에 따라가는 게 아니라, 지자체와 협력해 지역 신산업 발전의 ‘허브(hub)’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교육부 권한을 과감하게 지자체에 넘기겠다”고 밝혔다.
최근 교육부는 기존 대학 예산 8조원과 초·중등 교육 예산 3조원을 등을 합쳐 11조2000억원 규모의 ‘고등교육 특별회계’를 만들겠다고 발표했고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논의 중이다. 이 예산 상당 부분을 지역에 내려보내 지자체장과 지방 대학이 지역 산업 발전에 맞게 자유롭게 쓰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교육부에 대학 예산을 포함해 전반적인 지도·감독 권한을 주고 있는 고등교육법과 사립학교법 등을 개정해야 한다. 여소야대인 국회 상황에선 쉽지 않은 게 현실. 이 장관은 “우선 대학에 재정 지원을 하는 방식을 전면 개편하겠다”고 했다.
일단 교육부가 사업별로 대학에 보고서를 받고 평가해 예산을 배정하는 방식을 폐지하기로 했다. 이 장관은 “지역 발전에 나서야 할 대학이 중앙정부 보고서 쓰는 데 매달려 있다”며, “앞으론 지역에 예산을 통으로 내려보내 지자체장과 대학이 어떻게 쓸지 상의해 알아서 정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이렇게 지자체와 지방 대학이 쓸 수 있는 예산을 향후 30조원까지 확대하겠다고 했다. 또 교육부에 있는 ‘고등교육정책실’을 폐지하는 등 교육부가 대학에 대해 갖고 있는 권한을 줄이기 위해 조직도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이 부총리는 고교 체제 개편과 관련, “어느 학교 형태든 장·단점이 있고, 학교는 다양하면 좋기 때문에 외고도 폐지할 이유는 없다”면서 “자사고든 외고든 비판을 수용해 더 발전시키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전임 문재인 정부는 자사고와 외고가 고교를 서열화해 일반고를 황폐화시켰다며 폐지하기로 하고, 이들 학교 법적 설립 근거인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조항을 없애 2025년에 일반고로 전환하도록 했다.
그런데 현 정부 들어 첫 교육부 장관에 취임한 전임 박순애 장관이 어학 인재를 양성한다는 외고의 설립 취지가 미래 사회 수요에 안 맞는다며 지난 8월 자사고는 살리고, 외고는 폐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혼란이 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