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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배작가의 동화이야기 9

배지연작가의 역사동화 '오빠생각' - 청산리로의 소풍 편

연방타임즈 = 배지연 기자 |

 

이종석 작가의 '청산리로의 소풍' 은 누구나 한번쯤 꿈꾸어 본 타임머신을 일제 강점기 우리 독립군의 최고 승리인 청산리 전투에 잘 접목한 동화이다. 통상적인 역사 관련 이야기들과 달리 과거와 현재를 인물들이 직접 자유로이 이동한다는 점이 굉장히 창의적이고 이색적이다.

 

[본문]

 

우리는 주위를 살피며 기념관 안으로 들어갔다. 기념관 안은 조용했다. 그런데 기념관 가운데에는 김좌진 장군 동상이 은은하게 푸른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분위기가 으스스했다. 예전에 아빠와 왔을 때랑 너무 달랐다. 나는 현준이와 서현이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려 했지만, 둘 다 직진밖에 모르는 성격이었다. 그 때, 갑자기 정문이 열렸고 우리는 김좌진 장군 동상 뒤에 숨었다. 아빠였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다가오던 아빠가 김좌진 장군 동상의 가슴에다 푸른 열쇠를 꽂고는 이상한 표식 같은 것을 새기고 있었다. 

“거기 누구야?”

들킨 듯했다. 서현이와 현준이는 슬금슬금 뒤로 물러나려 했고, 나는 고개를 들고 아빠를 불렀다. 

“아빠!”

아빠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준아! 분명히 돌아가라고 했는데 어떻게 들어왔어?”

나는 고개를 숙였다. 그런데 그 순간, 동상에서 푸른빛이 강하게 뿜어져 나왔다. 주변에서 중얼중얼 주문 같은 소리가 났고, 동상이 떨리기 시작했다.

“으악!”

현준이의 목소리였다. 

“현준아! 서현아!”

현준이가 동상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김좌진 장군 동상 가슴에 꽂혀 있던 푸른 열쇠가 강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서현이도 함께 빨려 들어갔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뛰어들어갔다. 우린 푸른빛에 휩싸였다.


 

: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주인공 준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서현이와 친구인 현준이와 한 모둠이 되어 아빠가 근무하고 있는 청산리 대첩 기념관으로 견학을 가게 된다. 견학을 간 당일 서현이에게 꼭 고백을 하겠다고 다짐한 준이는 날아갈 정도로 가벼운 발걸음을 옮긴다. 아빠의 사정으로 기념관 견학이 무산이 되었지만 호기심 많은 아이들은 굳게 잠긴 문을 종이 클립을 이용해 열고 들어가고야 만다. 김좌진 장군의 가슴에 빛나는 무언가를 보고 빨려들어 간 일행은 청산리 전투 현장에 떨어지고 마는데...

 

[본문]

 

“아, 맞다. 이 군인, 옷에 ‘37’이라고 적혀 있어.”

현준이와 서현이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그래서?”

“청산리 대첩에서 우리를 공격했던 적은 27기마연대였어. 그런데 ‘37’은 청산리에서 제대로 싸우지도 못하고 당했던 ‘일본군 동지대 37여단’이야. 그런데 이렇게까지 우리 본진까지 밀고 들어온 걸 보면….”

콰앙!

포탄이 날아들었다. 곧이어 사방에서 총알이 빗발쳤다. 

“적의 포격이다!”

‘말도 안 돼…. 본진을 어떻게 찾은 거지? 어떻게 우리를 포격하는 거야?’

폭발과 굉음 때문에 집중이 어려웠다.

‘이건 결국에…, 아빠 말이 맞았던 거야.’ 

“얘들아! 빨리 아빠를 찾으러 가야 해!” 

“뭐? 왜? 지금은 아무 것도 못 해!”

나는 포격 속에서 풀숲을 기어 친구들 옆으로 갔다.

 

 

: 준이 아빠의 정체는 우리 역사를 지키는 군인이었고, 일본이 청산리 대첩을 자신의 승리로 바꾸려고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준이 일행은 과연 역사 왜곡을 막고, 현실 세계로 돌아올 수 있을까?

청산리 전투는 일제 강점기에 우리 민족의 피와 땀으로 일궈 낸 승리한 전투이다. 고작 몇 천명으로 수만 명의 일본군을 몰살시켰다는 점에서 실로 엄청난 업적이다.

이 작가의 동화는 단순히 판타지적인 요소가 중점이 되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인 요소를 추가하여 독자로 하여금 역사의 소중함과 과거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 

 

[본문]

 

서로 웃고 있을 때, 지하 벙커 문이 열렸다. 김좌진 장군이었다.

“이제 돌아가는 건가?”

아빠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장군님 손에 무언가를 쥐어 주었다.

“앞으로 적의 공격은 딱 한 번만 더 올 것입니다. 그 때 이걸 사용하면, 반드시 이길 테니, 꼭 잘 간직하십시오.”

“천군, 고맙네. 역사의 시간은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이어져 있었네. 난 과거의 시간을 잘 지킬테니, 자네들은 현재와 미래를 잘 지켜주게나.”

김좌진 장군이 우리와 아빠를 차례차례 안아주었다.

김좌진 장군과 악수를 나누다니, 인증샷도 찍고 싶었지만 핸드폰이 없었다. 김좌진 장군이 아빠를 천군이라고 부르다니 아빠가 너무 자랑스러웠다. 아빠가 다시 기계를 작동시키려는데….

“엇, 아빠!”

갑자기 아빠 뒤에서 일본군 병사가 괴성을 지르며 손에 폭탄을 든 채 아빠한테 달려들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아빠한테 뛰어가 바닥에 있던 나뭇가지를 재빨리 걷어차 달려들던 일본군을 명중시켰다. 제대로 맞았는지 맞자마자 쓰러졌다.

 

 

: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 역사를 왜곡시키려는 일본 군대를, 주인공과 친구들이 꼼짝 못하게 만드는 통쾌한 내용의 동화이다. 또한 소녀와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가 녹아져 있으면서 비교적 짧은 문장 패턴과 지루할 틈 없이 빠른 전개가 돋보인다. 

' 청산리로의 소풍'은 왜 역사를 공부해야 하는지, 특히 가슴 아픈 역사를 왜 기억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이들에게 그 해답을 제시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본문에 나와 있는 것처럼 역사의 시간은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이어져 있다. 과거를 잘 들여다보아야 후회없이 현재를 살아 낼 수 있는 것이다. 

본문에서 김좌진 장군이 말한 " 난 과거의 시간을 잘 지킬테니, 자네들은 현재와 미래를 잘 지켜 주게." 라는 문장은 동화를 읽고 난 후에도 진하게 마음에 남는다. 이 대사는 동화의 주제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지금 할 일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그것은 바로 과거를 바로잡는 일, 가슴 아픈 역사를 잊지 않는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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