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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배작가의 동화이야기 8

배지연작가의 역사동화 '오빠생각' - 미역국 편

연방타임즈 = 배지연 기자 |

 

오빠생각 중 '미역국' 

 

: 엄마를 찾아 간 삼남매 앞에는 너른 들이 펼쳐졌다. 

이 글의 배경인 전북 김제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지평선을 볼 수 있는 지역이다. 이렇게 넓은 평야를 가지고 있으니, 일제 강점기에 쌀 수탈을 피할 수 없었으리라. 

막내가 보채서 나선 길이긴 했지만, 만삭인 엄마가 허리를 구부리고 일하는 것을 본 우애와 우남이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칠성 아재가 들고 있던 말총 채찍이 아이들의 눈에 어떤 모습으로 그려졌을까? 

 

[본문]

 

“니 어매 애 낳았냐?”

사립문에 걸린 금줄을 거칠게 밀치고 불쑥 들어온 건 칠성 아재였다. 그러자 불만이 가득한 목소리로 우남이가 따져 물었다. 

“저기 금줄 안 보이요? 아무나 들어오지 말라는 뜻이요. 아재는 것도 몰르요?”

“하따, 느그 어매가 애 한두 번 낳냐? 금줄은 무슨 놈의 금줄. 이거 다 미신인 겨. 시대가 어느 시댄디 이런 걸 다 쳐 놓고는….”

그러더니 칠성 아재가 무언가를 쑤욱 우애 쪽으로 내밀었다. 

“받어라. 이건 하시모토 나리가 특별히 하사하시는 거다. 일등품으로다가 가져온 귀한 거여. 니 어매 끓여 드려라.” 

“아니, 이걸 왜….”

“왜긴 왜것냐. 빨리 회복허라는 거지.”

으르딱딱대는* 칠성 아재 말에 우애는 잠시 망설였다. 하시모 토 하사품이라 하니, 왠지 받으면 안 될 것 같았다.

“싫으냐? 다시 가져가랴?”

“아니, 그 그게 아니고….”

당장 엄마에게 드릴 것이 없었던 우애는 우물우물*하다가 보따리를 받았다.

“글구, 니 아부지 오거든 내 다녀갔다고 일러라. 어매한텐 내 일은 일 나와야 헌다고 전하고, 안 그러먼 우애 니가 대신 나와 야 혀. 알것냐?”

칠성 아재는 말을 끝내기 무섭게 핑 돌아 뚜벅뚜벅 가 버렸다. 멀어져 가는 칠성 아재를 향해 우남이는 종주먹을 대다가 크게 감자를 먹였다. 입으로 뭐라뭐라 쫑알대는 우남이가 싫지 않았다.

 

: 송현주 작가는 '노동력 수탈' 에 관한 이야기를 우애 가족을 통하여 풀어냈다. 굶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자존심을 버려가며 마름이 전해주는 음식 재료를 받아야 했던 쓰라린 내용이다. 

만삭인 엄마가 힘든 몸을 이끌고 논으로 나가 일을 해야 했던 도입부부터 벌써 우리는 마음이 불편해진다. 출산 직후 미역을 들고 오는 칠성아재의 속내까지 들여다 보고나서는 그 불편함이 한층 더 고조된다.  비록 우리는 그 상황 속에 있지 않지만 작품을 통해 충분히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설움을 헤아릴 수 있다.

 

[본문]

 

순간 픽- 하고 말이 기우뚱했다. 안장에 앉아 있던 하시모토는 떨어지지 않으려고 고삐를 바투 잡았다. 그러나 이내 말은 중심을 잃고 비틀거리더니 봇도랑으로 그만 철퍼덕 빠져 버리고 말았다.

“으으으으으욱!”

하시모토는 짧은 비명과 함께 써레질이 끝난 논으로 내리꽂혔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칠성 아재가 득달같이 달려왔다.

“아이코, 하시모토 나리님, 괘안허십니까?”

칠성 아재가 버둥대는 하시모토를 잡아당겨 논에서 꺼냈다. 이를 바라보던 사람들이 애써 웃음을 감추고 있었다. 하지만 그 중 몇몇 아줌마들은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쿡쿡거렸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배를 잡고 깔깔거렸다.

온몸에 흙탕물을 뒤집어쓴 하시모토만 붉으락푸르락 씩씩거렸다. 그리고 그 옆에 또 한 사람이 웃지도 울지도 못한 채 쩔쩔 매고 서 있었다.

 

 

: 송작가는 동화를 통해 주권을 잃는다는 것이 얼마나 큰 고통을 주는지를 말한다.

그 시절 , 우리의 땅이지만 하시모토가 주인인 현실을 감내해야 했다. 일하는 한 손이라도 아쉬워 편하게 쉬지도 못 한 우애 엄마를 닥달하는 칠성아재는 친일을 했던 사람들의 모습이다. 

갑갑한 현실 속에서 우남이와 친구들의 재기발랄한 행동은 독자들에게 통쾌함을 선사한다. 우애 가족의 잔잔한 일상을 통해 일제강점기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역사동화 '미역국' 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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