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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배작가의 동화이야기 6

배지연작가의 역사동화 '오빠생각' - 한복입은 소녀들 편

연방타임즈 = 배지연 기자 |

 

오빠생각 중 '한복입은 소녀들'

[본문]

 

옥이가 고무줄 양쪽 끝을 사립문과 감나무에 묶으며 말했다. 옥이가 하는 대로 노랫소리에 맞춰 따라 했지만, 처음 하는 놀이 라서 그런지 박자를 놓치며 고무줄에 발이 엉켰다. 그런 내 모습을 본 옥이는 누가 간지럽히는 것도 아닌데 까르르 웃었다. 나도 자꾸 웃음보가 터져 땅바닥에 철퍼덕 주저앉았다.

“헉헉, 아, 숨차. 이거 너무 재미있어!”

한복은 고무줄놀이할 때도, 바닥에 앉아 있기에도 너무나 편했다. 노는데 열중하다 보니 까맣게 잊었던 요깡이 생각났다. 주머니에 넣어 두었던 요깡은 다행히 물에 젖지 않았다.

“옥아, 이거 먹어 봤어? 요깡이야. 근데 어쩌지. 주머니에서 찐득하게 서로 붙어 버렸네.”

“요깡?”

옥이는 요깡을 요리조리 돌려보며 냄새를 맡아 보더니 조금 떼어내 입에 넣었다. 입을 오물거리던 옥이의 눈이 알사탕처럼 커졌다.

“와! 정말 맛있다!”

내가 고무줄놀이하며 즐거워했던 것만큼이나 옥이는 요깡 먹는 걸 좋아했다.

“마사코, 넌 언니나 동생 없니?”

“오빠가 있어. 있으면 뭘 해. 상대도 안 해 주는걸. 넌?” 

“여동생이 있어.”

“어딨는데?”

옥이는 여동생 순이가 아파서 경성병원에 있다고 말했다. 엄마도 순이를 돌보러 경성에 가 있어서, 지금은 아버지와 단둘만 있다고 했다.

“옥아, 나 내일도 놀러 와도 돼?”

“당연하지! 꼭 와야 해!”

 

 

: 외로웠던 두 소녀는 한복을 입고 놀며 친구가 되었다.  서로의 문화를 존중한 순수한 마음이 친구로 연결된 것

이다. 이렇게  마사코와 옥이는 한복입은 소녀들이 되어 정을 나누게 된다.

 

[본문]

 

여느 날과 다름없는 화창한 아침이었다. 하지만 내 마음만은 다른 날과 달리 기대감에 잔뜩 부풀었다. 새 신발 위로 햇살이 반짝였다. 개울가에는 옥이가 먼저 와 기다리고 있었다.

“옥아, 나랑 같이 가자!”

“정말? 너도 갈 거야?”

“응! 너 없이 심심한 것보단 훨씬 낫잖아. 엄마한테는 말 안 했어. 집에서 책이나 보라고 할 게 뻔하니까. 어쩜 다녀오고 나면 기특하다 할지도 모르지. 나도 어엿한 열두 살인데. 안 그래?”

나는 보자기에 한가득 싼 요깡을 가슴에 끌어안고는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나는 어서 가자고 재촉하며 앞장서 옥이네로 갔다. 마사코가 아니라 한복 입은 순이로 변신했다. 한복을 입고 옥이와 있으면 없던 용기도 솟아났다. 우리는 이제 잠시도 떨어 질 수 없는 친구 사이가 된 것 같았다. 나와 옥이는 면사무소로 내달렸다.

최씨 아저씨가 기다렸다는 듯이 우리 이름을 공책에 적었다. 우리 둘은 트럭에 올라탔다. 이미 많은 여자들이 옹기종기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저마다 상기된 얼굴로 품 안에 보따리를 하나씩 안고 있었다. 나는 흰 저고리의 옷고름을 매만지며 옥이와 앉을 자리를 살폈다. 옥이도 트럭 안을 둘러보며 내 옆에 바짝 붙어 앉았다. 트럭 밖에서 군인들이 안으로 더 들어가라고 고함을 질렀다. 가슴이 움찔움찔 콩닥거렸지만 옥이에게 싱긋 웃어 보였다. 옥이도 긴장된 얼굴로 내 손을 꼭 잡았다.

덜컹.

트럭이 움직였다.

“옥아, 너와 함께여서 참 좋아.”

 

 

: 함께 한복을 입고 트럭을 탄 소녀들은 행복해 보인다. 두 팔 벌려 옥이를 감싸고 있는 마사코의 하얀 저고리가 포근하게 느껴진다. 오히려 한복이 더 편안해 보이는 일본소녀. 

그 동안 어떤 일이 있었길래 두 소녀는 트럭을 함께 타게 된 것일까. 그 트럭이 두 소녀를 싣고 갈 곳은 다름아닌 정신대 였는데 말이다.  일제 강점기 수많은 꽃다운 소녀들의 아픔이 된 사건이 동화로 쓰여졌다. 

결말 부분을 읽어보고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아픔을 어루만져 주는 따스함이 느껴진다. 

 

우리는 각자가 꿈꾸는 행복이 있다.  그것이 무엇이든 우리가 행복을 꿈꿀 수 있는 것은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역사는 알아야 하고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배지연 작가는 그런 마음으로 열두 살 소녀로 돌아가 이 동화를 적었다고 한다. 마사코와 옥이를 보내고 많이 울었다는 배작가. 아름다운 모감주 동산에서 뛰어놀며 추억을 쌓아야 할 두 소녀의 손을 놓고 싶지 않았다고 한다.한복 입은 소녀들이 받은 그 상처는 몇십 년이 지난 지금도 아물지 않고 있다. 이 동화를 통해서 아픈 역사를 보듬어 주고 다시 새 살 돋도록 해 주는 것이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몫이라고 작가의 말에 설명하고 있다.  

소녀감성이 느껴지는 '한복입은 소녀들'의 삽화는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주고 사랑을 받고 있다. 지금의 사랑과 관심은 엔딩 부분의 삽화처럼 두 소녀를 아름다운 꽃길 속으로 배웅해 주는 길일 것이다. 

" 마사코! 옥아! 한복 입고 우리 같이 고무줄놀이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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