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타임즈 = 배지연 기자 |
'오빠생각' 역사동화는 단편이 다섯편 모여 만들어진 동화집이다. 그 중 두 번째로 수록된 '한복입은 소녀들'은 배지연작가가 집필했다. 그리고 그녀는 모든 단편의 삽화를 그렸다. 오일파스텔의 부드러운 질감과 아름다운 색채감이 이 소설과 어떻게 어우러지는지 삽화를 따라가며 글을 읽어보자.
[본문]
툭탁툭탁….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빨랫방망이 두드리는 소리가 어지럽게 들려왔다. 아이들의 웃음소리도 바람을 타고 들려왔다.
‘어? 아이들도 있네?’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빨라졌다. 바위에 엎드린 개구리가 졸린 듯 눈을 끔벅거리다가 내 발소리에 놀라 개울로 첨벙 뛰어들 었다.
냇가 바로 위 둔덕에서 아이들이 고무줄놀이를 하고 있었다. 나는 큰 나무 뒤로 몸을 숨겼다. 경쾌한 빨래 방망이질 소리가 그치더니 우리집 아줌마와 빨래하던 아줌마들이 하나둘 자리를 떴다. 재잘거리며 놀던 아이들까지 사라지고 ‘이제 나 혼자 남은 건가?’ 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한 소녀가 남아 아직 빨래를 하고 있었다.
‘말을 한번 걸어 볼까?’
손에 든 요깡을 주머니에 쑤셔 넣고는 서둘러 징검다리를 건너는데, 아뿔싸 앞선 마음 탓에 발을 헛디디고 말았다. 물에 빠져 어찌할 바를 몰라 젖은 옷자락만 붙잡고 멍하니 서 있었다. 그때였다.
“얘! 괜찮아? 잡아 줄까?”
혼자 빨래를 하고 있던 그 소녀가 뛰어와 손을 내밀었다. 반가운 마음에 내민 손을 살며시 잡았다.
“처음 보는 앤데?”
“경성에서 이사 왔어. 내 이름은 마사코야.”
“으응… 난 옥이야.”
옥이의 얼굴이 수줍은 듯 발그레해졌다. 좀 더 얘기를 나누다 보니 옥이는 열두 살 동갑내기였다. 우리 둘은 나이가 같은 게 신기해 손을 맞잡고 즐거워했다.
호기심 넘치는 소녀 마사코는 가족들과 조선으로 온 일본소녀이다. 어느날, 마당에서 혼자 놀다가 심심한 나머지 일하는 아줌마를 따라 몰래 뒷마당 쪽문으로 향한다. 아줌마가 빨래를 하기 위해 도착한 개울가를 멀리에서 지켜 보게 되는데...
이 작품을 쓰는 초반 작업은 배작가에게 즐거움을 안겨줬다. 마사코와 옥이의 캐릭터를 상상만 하다 글로 풀어내는 시간은 참 행복했기 때문이다. 호기심 많고 행동력이 강한 마사코, 속 깊고 의젓한 옥이. 기모노를 입은 마사코와 한복을 입은 옥이. 그 둘은 국적이 다르지만 나이가 같은 친구이다.
두 주인공을 만나게 하기 위한 장치를 만들고 결국 개울가 징검다리에서 두 소녀가 손을 맞잡는 순간을 나는 잊지 못한다. 자그마한 그 소녀들의 맞잡은 손.
맑고 깨끗한 개울가 위 첫 만남의 장면은 한복입은 소녀가 옥이 한 명이 아닌 소녀들로 되는 시작점이다.
왜 제목은 한복입은 소녀'들' 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