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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배작가의 동화이야기4

배지연작가의 역사동화 '오빠생각' - 하얀손수건 편

연방타임즈 = 배지연 기자 |

 

'오빠생각' 동화 중 하얀손수건의 마지막 편이다.  봉구와 봉구 아버지의 운명이 어떻게 되었을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본문]

칙칙폭폭, 칙칙폭폭, 칙폭칙폭, 칙폭칙폭…. 꾀애애애애앵….

 

기차가 또 도착한다는 신호예요. 오늘은 사람들 속에 아버지가 정말 있을 것만 같았어요. 하얀 손수건이 돌아왔기 때문이에요. 봉구는 손수건을 꺼내어 높이 흔들었어요. 순간 휘리릭 바람이 불더니 봉구 손에서 손수건을 채 갔어요. 봉구 손을 떠난 손수건이 나비처럼 나풀거리며 날아올랐어요. 잡으려 손을 뻗었지만 플랫폼 쪽으로 더 날아가 버렸어요.

점점 더 멀어지는 손수건 너머로 지팡이를 짚은 키 큰 사내가 봉구 쪽을 바라보고 있었어요.

 

 

멀리서 기차 소리가 들려 왔다. 봉구는 오늘도 교회당을 지나 역으로 간 것이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개찰구를 빠져나왔다. 하나하나 꼼꼼하게 살폈지만 아빠같은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하얀 양복에 하얀 구두를 신은 정자의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들어온 사람이다. 

아빠를 기다리던 정자가 눈물을 훔치자 손수건을 내어준 봉구. 이  날도 끝내 봉구 아버지는 나타나지 않는다. 

그리고 봉구에게 의미가 있는 그 손수건을 돌려주지 않고 정자가 사라졌다. 

엄마의 하얀 손수건이 있어야 아빠를 만날 수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들 때면 정자가 밉기도 했다.  

 

여느날과 다름없는 이 날도 봉구는 기차역으로 갔다. 교회당에 정자가 맡겨놓은 손수건을 고이 손에 든 채.

하얀 손수건이 다시 돌아온 것처럼 오늘은 아버지가 꼭 오실 것 같은 희망이 생긴다. 

멀리에서 기차 소리가 난다. 봉구의 가슴은 또 뜀발질 치고 있을 것이다. 그 심장 소리가 다시 실망의 한숨으로 가득차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그 때 플랫폼으로 누군가가 들어온다. 

바람결에 손수건이 날아가며 그 너머로 지팡이를 짚고 서 있는 키 큰 사내가 봉구를 보고 있었다. 

 

어린 봉구가 혼자 감당하기에는 그 슬픔과 먹먹함이 얼마나 컸을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아버지를 기다리며 그 설움을 참고 있던 엄마를 대신해 매일 남포역을 향해 달려야 했던 아이. 

일제시대에 수많은 노동자들은 가족들과 생이별을 해야 했다. 지금의 아이들에게는 너무나 낯선 감정일 것이다. 누군가를 사무치게 그리워 한다는 것은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감정이 아니다. 그 가슴앓이를 어린 봉구는 감당하며 매일 아버지를 기다린 것이다.

손수건 너머 키 큰 사내는 봉구의 아버지일까.

강봉구 작가는 열린 결말을 선택하였지만, 독자는 봉구의 아버지이기를 바라는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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