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주석과 푸틴 대통령이 마라톤 정상회담을 통해 우크라이나 위기에 양국 간 단일 대오를 형성하고 향후 에너지 및 경제도 협력키로 했다.
22일(현시지간) 러시아 타스통신·중국 중앙(CC)TV에 따르면 중국의 시 주석과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전날에 이어 이날 오후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소재 크렘린궁에서 양측 대표단 일부로 구성된 소인수 회담을 1시간30분가량 지속됐다.
이후 대표단 다수가 참여하는 확대 형식으로 회담은 총 3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두 정상은 회담을 마치고 '중화인민공화국과 러시아연방의 신시대 포괄적·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 심화에 관한 공동성명'과 '2030년 내 중·러 경제협력 중점 방향 발전계획에 관한 공동성명' 등에 각각 서명하고 국빈 만찬에 앞서 공동 기자회견을 가졌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시 주석을 '친구'라고 부르며 "어제와 오늘 우리의 모든 회담은 성공적이었고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됐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 "방금 서명한 두 개 핵심 성명은 양국 관계의 성격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다"며 "러시아는 최고 발전 수준에 있으며 진정한 포괄적 동반자 관계와 전략적 협력의 모범"이라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와 중국은 좋은 이웃, 상호 원조 및 지원의 강한 유대 관계에 묶여 있다"며 "우리는 모든 단계에서 활발한 양자 대화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3년여 만에 모스크바를 찾았다. 중국 국가주석 연임 이후 첫 방문이자 러시아 국빈 방문"이라며 나는 10년 동안 푸틴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전략적 소통을 유지하며 양국 간 전략적 협력을 추진해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밝혔다.
시주석은 "방금 푸틴 대통령과 솔직하고 우호적이며 성과 있는 회담을 하고 양자 관계와 공동 관심사인 국제 및 지역 문제에 대해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하고 새롭고 중요한 합의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에너지와 경제 전반에 걸쳐 양국 협력을 보다 강화했다. 개전 이래 서방의 제재를 받는 러시아는 제3국에서 경제적 활로를 찾고 있으며 중국은 단연 가장 '큰 손'이 아닐 수 없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중국에 석유·가스·석탄의 '전략적 공급자'라며 "중국 기업이 러시아를 떠난 서방 기업을 대체하도록 도울 준비가 돼 있다"며 "양국이 잠재력을 결합해 인공지능(AI), 정보기술(IT) 등 분야에서 세계적인 지도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시 주석 역시 "10년 전에 비해 116% 늘어난 중·러 교역은 양국 관계의 물질적 기반을 다지는데 효과적일 뿐만 아니라 양국 경제·사회 발전에도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이 성과는 어렵게 얻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동의 노력 덕분에 양국 관계가 건전하고 안정적인 발전 동력을 보여주고 있고 공동의 이익은 배가 되고 있다"며 "우리의 협력 분야가 꾸준히 확대되고 있고 추가 협력을 통한 조기 협력의 결실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측이 새로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실질적 협력 증진을 위해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양국은 러시아에서 몽골을 거쳐 중국으로 연간 500세제곱미터(㎥) 가스 공급을 목표로 새로운 파이프라인 '시베리아의 힘-2' 건설 계획 논의하고 실질적 합의를 했다. 푸틴 대통령은 "오는 2030년까지 중국에 최소 98bcm(1bcm=10억㎥) 가스를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양국 원자력 기업 간 장기 협력 프로그램 추진 계획, 북극해 항로 개발을 위한 양국 공동 기구 창설 등이 추후 검토될 예정이다. 시 주석은 에너지·자원·기계 및 기계제품 무역 확대, 공급망 유연성 강화, IT·농업·서비스무역 및 기타 분야 협력 확장, 국경 간 원활한 물류 운송 등을 강조했다.
이번 중·러 정상회담에서의 최대 과제였던 우크라이나 위기 해법 관련해 푸틴 대통령과 시 주석은 대러 일방 제재에 반대하며 조속한 평화회담 재개 노력의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시 주석은 공동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 문제와 관련해 유엔 헌장 취지와 원칙이 지켜져야 하고 국제법이 존중돼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한 중국의 객관적이고 공정한 입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밝혔다.
두 정상은 "어떤 국가나 국가 집단이 군사적, 정치적, 기타 우위를 도모하기 위해 다른 나라의 합리적인 안보 이익을 해치는 것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관련해 푸틴 대통령은 "조속한 평화회담 재개를 위한 노력을 재확인했고 중국은 이를 높이 평가했다"고 했다.
아울러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위기를 정치·외교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중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환영하며 '우크라이나 위기 정치적 해결에 관한 중국의 입장' 문서에 담긴 건설적인 주장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해당 문서는 개전 1주년을 맞이해 지난달 24일 중국 정부가 내놓은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평화 계획이다. △휴전 △평화회담 개시 △일방적 제재 중단 등을 포함한 12개 조항이 담겼다.
두 정상은 "우크라이나 위기 해결은 각국의 합리적인 안보 우려를 존중하고 진영 간 대립을 막아야 한다"며 "책임 있는 대화가 문제를 안정적으로 해결하는 최선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 "국제사회가 건설적인 노력을 뒷받침해야 한다"며 "상황을 긴장시키고 전쟁을 지연시키는 모든 행동을 중단하고 위기가 더 악화하거나 통제 불능이 되지 않도록 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승인을 받지 않은 어떠한 일방적인 제재에도 반대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밖에도 두 정상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오커스(AUKUS) 파트너십이 동반하는 위험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는 반면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관계 정상화에 대해서는 환영의 뜻을 비췄다.
푸틴 대통령은 대만을 중국의 일부로 간주하고 "어떤 형태로든" 독립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푸틴 대통령의 국빈 초청으로 2박3일간 일정으로 모스크바를 방문 중이다. 개전 이래 시 주석의 러시아 방문은 처음이다. 서방은 이를 계기로 향후 우크라이나 전쟁에 있어 중국과 러시아의 결속이 노골화되리라고 우려하고 있다.
두 정상은 전날 오후 4시반가량 비공식 일대일 회담과 만찬을 가졌고 이 자리에서 시 주석은 푸틴 대통령에게 '연내 중국 공식 방문'을 초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타스통신은 이날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정책 고문을 인용해 푸틴 대통령이 올해 중국을 방문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