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배터리 기업 CATL이 미국 완성차 기업 포드와 손 잡고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규제를 피해 북미 시장 진출을 노리는 데 대해 미국 상원에서 제동을 걸었다.
13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상원 정보위원회 부위원장인 마르코 루비오 공화당 의원은 지난 9일(현지시간) 포드와 CATL의 북미 합작공장 설립을 겨냥한 법안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우려 국가 기업과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기술을 도입하는 경우에도 IRA에 따른 보조금을 받을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포드와 CATL은 IRA 규제를 피하기 위해 미국 현지 공장 지분을 포드가 100% 소유하고, CATL은 기술만 제공하는 방식의 합작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IRA가 보조금 지급 기준으로 소재·원료의 생산지만 고려하고 기술 관련 규제는 담지 않았다는 허점을 노렸다.
IRA는 미국산 배터리 원료·소재를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해야 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중국 등 우려 국가 등이 제조한 배터리는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루비오 의원은 포드와 CATL의 합작공장 추진에 대해 "배터리 기술에 대한 미국의 중국 의존도를 심화시킬 뿐"이라며 "법안은 IRA 세액공제 자격을 제한해 중국 기업이 혜택을 받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루비오 의원은 미 재무부 산하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에 포드·CATL의 기술 라이선스 계약에 대한 즉각적인 검토를 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미 재무부는 루비오 의원의 법안 발의에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았다. 다만 앞서 제니퍼 그랜홈 미 에너지부 장관은 "해외에서 미국으로 첨단 제조 능력을 가져오는 것이 우리 경쟁력의 핵심이며 경제를 활성화하고 미국 내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미국 내에서 IRA 보조금 규정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IRA 세부 규정을 주시하고 있다.
중국 배터리 기업의 북미 진출 여부가 향후 글로벌 시장 점유율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내수 시장을 제외하더라도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 기업의 영향력은 상당하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CATL은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배터리 시장 점유율 22.3%로 1위인 LG에너지솔루션(29.7%)을 바짝 따라붙었다. 한 해 동안 무려 131.0%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저가형 제품인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앞세운 중국 기업에 북미 시장 활로가 열리면 향후 배터리 경쟁이 심화할 수밖에 없다.
다만 업계에서는 중국 배터리 기업의 북미 시장 진출이 순탄치는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IRA의 취지 자체가 중국 배제이기 때문에 CATL의 진입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국내 기업들은 저가형 배터리 생산에 뛰어들며 중국 기업 견제에 나서고 있다.
SK온은 전기차용 LFP 배터리 시제품 개발을 완료, 양산을 준비하고 있으며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에너지저장장치(ESS)용 LFP 생산에 나선다. 삼성SDI(018260)는 가격이 비싼 코발트를 제외한 '코발트 프리' 배터리를 개발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