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경북통합신공항(TK신공항) 이전 사업이 재원 조달의 불확실성과 행정 주도의 일방적 추진으로 인해 큰 벽에 부딪히자, 지역 시민사회가 직접 대안을 모색하고 공론화를 요구하는 등 시민 중심의 해법 찾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대구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행정 중심의 일방적 의사결정을 비판하며 대구공항 문제를 시민의 시각에서 재진단하기 위해 제1회 분권과 자치를 위한 대구포럼’을 23일 개최했다.
지방분권운동대구경북본부와 대구민간공항지키기단체연대회의 등은 대구공항 문제를 지역의 미래를 결정할 핵심 공공 의제로 규정하고, 민주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그동안 시민단체들은 국토교통부 장관과 대구시장을 상대로 헌법소원을 청구하며, 통합 이전 결정 과정에서 시민의 자기결정권과 행정절차 참여권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한 바 있으며 주민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는 중대한 결정인 만큼, 법에 명시된 주민투표를 통해 이전 여부를 최종 결정해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대구공항 이전의 역사적 경과
대구공항 이전 논의는 도심 확장에 따른 K2 공군기지의 소음 및 고도 제한 문제에서 시작됐다.
2013년 '군 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으로 이전 논의의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으며 2016년 박근혜 정부가 영남권 신공항 대신 민·군 공항 통합 이전방식을 공식화하며 현재의 사업 노선이 확정됐다.
2020~2023년에는 군위 소보·의성 비안 공동후보지가 최종 확정되었고, 2023년에는 국비 지원 근거를 담은 'TK신공항 건설 특별법'이 제정됐다.
올해 민간공항 기본계획이 고시되었으나, 재원 확보 문제로 인해 2030년 개항 목표에 차질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주요 문제점 및 쟁점
현재 대구공항 이전 사업은 여러가지 구조적·환경적 난제에 직면해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재원 조달 방식의 한계와 부채 리스크가 꼽힌다.
TK신공항은 지자체가 군공항을 먼저 지어 기부하고 후적지 개발 이익으로 비용을 회수하는 ‘기부 대 양여’방식을 기본으로 한다.
그러나 대구의 부동산 경기 침체와 미분양 물량(1만 가구 상회)으로 인해 민간 사업자(SPC) 유치가 실패하며 대구시가 막대한 부채를 떠안을 위험이 커졌다.
• 국비 지원의 심각한 불균형은 가장 큰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전액 국비로 추진되는 부산 가덕도 신공항(약 14~20조 원)과 달리, TK신공항은 대부분의 비용을 대구시가 직접 조달해야 한다.
2026년 정부 예산안에서도 가덕도는 6,890억 원이 반영된 반면, TK신공항은 318억 원에 그쳐 지원 규모가 20배 이상 차이 나는 상황이다.
시민단체들이 가장 중요하게 요구하는 것은 절차적 정당성 상실문제다. 대구시는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고 주장하나, 2021년 실시한 주민 의견 수렴 절차에서 접수된 시민 의견이 ‘0건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형식적인 불통 행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대구 경북 최대의 국책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주민 공청회나 의견 수렴 여론 조사 등이 전무했다는 점도 절차적 정당성 상실의 주요 빌미가 되고 있다.
실질적으로 가장 큰 문제는 운영 효율성 및 ‘유령 공항화’에 대한 우려이다. 국내 15개 공항 중 11곳이 만성 적자인 상황에서, 도심에서 45km 이상 떨어진 원거리 공항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접근성 저하로 이용객이 외면할 경우, 막대한 운영비를 국비로 보전해야 하는 과잉 인프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입지상 항공편이 거의 취항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대구공항 이용객이 절반가량 줄어든 것은 이같은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증거라는 지적이다.
새로운 지역 내 갈등 및 소음 민원 발생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대구시와 의성군 간의 화물터미널 배치를 둘러싼 갈등이 지속되고 있으며, 활주로 방향에 위치한 구미시 등 인근 지자체에서는 벌써부터 소음 피해를 우려하는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시민 주도의 합리적 대안
시민 사회는 무리한 통합 이전보다는 대구의 자산인 민간공항의 가치를 보존하는 대안을 선호하고 있다.
• 민간공항 존치 및 K2 단독 이전:연간 500만 명 이상이 이용하는 접근성 좋은 대구공항을 현 위치에 두고 확장하며, 소음의 핵심인 K2 군공항만 이전하자는 주장이다. 이는 대구의 성장 동력을 유지하면서 재정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으로 꼽힌다.
• 지방분권 강화:행정 통합과 신공항 특별법이 지자체장의 권한 강화에만 집중되어 있다고 비판하며, 시도민의 실질적인 참여와 결단이 보장되는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이 실현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재의 대구공항 이전 사업 상황은 주민 동의 없이 무리하게 이사를 추진하다가 이삿짐 비용도 마련하지 못하고 가족 간 불화만 커진 집안과 같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억지로 이사를 강행하기보다, 현재 살고 있는 집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꼭 필요한 부분(군공항)만 옮기는 지혜로운 타협점을 찾아야 할 때라는 것이 시민사회의 대체적인 주장이다.
지방분권 운동대구본부 이창용 대표는 "TK신공항 이전은 재정적 결함과 절차적 민주주의의 결여로 인해 표류하고 있으며, 시민들은 ‘민간공항 존치’와 ‘주민투표 실시’를 통해 행정이 아닌 시민이 주인이 되는 합리적 정책 재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