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현재 초저출산과 수도권 집중화로 인한 지역소멸 위기에 직면해 있다. 특히 청년인구의 지역 간 불균형은 단순한 인구 이동을 넘어 지역경제 붕괴, 교육·의료 인프라 축소, 지방재정 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초래하고 있다.
정부는 2024년 '지방시대' 선언과 함께 지역균형발전을 국정 최우선 과제로 설정했으나, 실효성 있는 청년정책 없이는 지속가능한 지역발전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최근 지방자치단체의 지역개발정책 수립 업무를 수행하면서, 우리나라 청년인구의 지역별 분포와 정책 현황에 대해 깊이 있게 살펴볼 기회를 갖게 되었다.
□ 데이터로 본 청년인구 위기의 실태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통계(2025년 6월 말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년인구(19~34세)는 9,761,255명으로 총인구의 19.0%에 불과하다. 이는 OECD 평균 25%를 크게 밑도는 수치로, 급속한 고령화의 단면을 보여준다.
17개 시·도별로 살펴보면 청년인구 비중의 지역 격차가 심각하다. 서울이 23.2%로 가장 높고, 대전 21.4%, 광주 20.2% 순으로 대도시 지역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전남과 경북은 각각 14.9%로 최하위를 기록했고, 경남도 15.4%에 머물러 있어 영남권의 청년인구 유출이 심각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기초지자체 단위의 현황이다. 전국 226개 기초지자체 중 청년인구 비율이 7%대에 머무는 '청년 소멸 위험지역'이 존재한다. 경북 의성군과 봉화군이 각각 7.3%로 가장 낮았고, 청도군 7.6%, 합천군 7.8% 순으로 나타났다. 이들 지역은 총인구 대비 청년 비중이 전국 평균의 3분의 1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심각한 상황이다.
청년인구의 절대 규모 면에서도 위기 지역이 존재하다. 울릉군은 청년인구가 1,179명에 불과하며, 영양군 1,274명, 장수군 1,920명 등 청년인구가 2천 명이 채 되지 않는 지역들이 있다. 이런 지역들은 청년 한 명 한 명이 지역의 미래를 좌우하는 절박한 상황에 놓여 있다.
□ 정부 청년정책의 현황과 구조적 한계
2020년 제정된 「청년기본법」은 청년정책의 법적 토대를 마련했다. 이 법은 청년을 19~34세로 정의하고 있으며, 5년 단위로 청년정책 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2020년 12월 제1차 청년정책 기본계획이 수립되었고, 2024년 3월에는 청년정책 추진계획이 발표되었다. 또한 매년 9월 셋째 토요일을 '청년의 날'로 지정하여 국가기념일로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청년정책은 여러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첫째, 지역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이고 중앙집권적인 정책 설계로 인해 지역 현실과 괴리가 크다. 둘째, 일자리, 주거, 복지 정책이 분절적으로 운영되어 정책 간 시너지를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 셋째, 복잡한 신청 절차와 홍보 부족으로 정작 청년들이 필요한 정책에 접근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넷째, 기초지자체에 많은 의무와 책임이 이관되고 있으나, 재정권한은 여전히 제한적이어서 실질적인 정책 추진에 한계가 있다.
□ 대한민국 청년, 그들은 누구이며 왜 중요한가
청년기본법상 청년은 19세에서 34세로 정의되지만, 일부 지자체는 조례를 통해 49세까지 확대하기도 하다. 이 연령대는 고등학교 3학년부터 사회 초년생, 그리고 가정을 꾸리는 시기까지를 포괄한다.
청년세대는 단순히 미래세대가 아닌, 현재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핵심 동력이다. 이들은 디지털 전환의 주역이자, 새로운 산업의 창출자이며, 지역 혁신의 잠재력을 지닌 세대이다. 특히 20대 후반에서 30대는 경제활동의 중추이자 출산의 주력 연령대로서, 이들의 지역 정착 여부가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이다.
□ 지역 맞춤형 청년정책 혁신 방안
현재의 청년인구 분포는 일자리, 교육 기반, 군 복무지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결정됩니다. 따라서 각 지역의 특성에 맞는 혁신적이고 정밀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첫째, 데이터 기반 정책 설계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실시간으로 청년인구 이동을 모니터링하고, AI 기반 예측 모델을 통해 선제적 대응이 가능한 시스템이 필요하다. 대도시형, 중소도시형, 농산어촌형, 접경·도서형 등 지역 유형별로 차별화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둘째, 청년의 생애주기에 맞춘 통합 지원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19세는 고3시기이고 20~26세는 대학 교육과 일자리 연계를, 26~29세 정착기에는 취·창업과 주거 안정을, 30~34세 성장기에는 경력개발과 가족형성 지원 및 지역정착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맞춤형 접근이 필요하다.
셋째, 혁신적인 지역 청년 유입 전략이 요구된다. 디지털 노마드 특구, 청년 창업 혁신타운, 지역대학-기업 연계 캠퍼스 등 청년 친화형 혁신 클러스터를 조성해야 한다. 또한 워케이션(Work+Vacation의 합성어) 인프라 구축, 다지역 거주 청년 지원 등 유연한 정주 모델을 도입하고, 지역 주력산업과 연계한 청년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 실행력 강화를 위한 거버넌스 혁신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거버넌스 혁신이 필수적이다. 중앙-지방 간 재정 분권을 강화하고, 기초지자체의 청년정책 자율권을 확대해야 한다. 청년인구 증가율을 기반으로 한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하여 지자체의 적극적인 정책 추진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또한 청년 당사자가 정책 수립 과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청년정책 협의체를 활성화하고, 지역 청년활동가를 육성하여 정책과 청년 간의 가교 역할을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 기업의 ESG 경영과 연계한 청년 지원 프로그램도 확대해 나가야 한다.
□ 청년이 머무는 지역, 지속가능한 지방자치를 위하여
청년인구 감소는 단순한 인구통계학적 현상이 아닌,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핵심 과제이다. 특히 지역 청년인구의 급격한 감소는 지역경제 붕괴와 직결되어 있어, 혁신적이고 실효성 있는 정책 전환이 시급하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도 우수한 정주 환경과 강한 지역 정체성을 보유하고 있다. K-컬처의 성공, 전원형 주거에 대한 관심 증가, 디지털 전환에 따른 원격근무 확산 등은 지역 청년정책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앞으로의 청년정책은 '청년을 위한' 정책에서 '청년과 함께하는' 정책으로, '인구 유지' 목표에서 '지역 혁신' 목표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청년정책은 마치 정교한 시계의 톱니바퀴처럼, 중앙정부의 큰 틀 안에서 지역별 특성에 맞게 세밀하게 조정되어야 한다.
청년이 단순히 정책의 수혜자가 아닌, 지역 혁신의 주체로 자리매김할 때, 비로소 지속가능한 지역발전이 가능할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데이터에 기반한 정밀한 정책 설계와 지역 맞춤형 혁신 전략으로 청년과 지역이 함께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갈 절호의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박원호 사단법인 위드더월드 이사(whpark5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