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타임즈 = 고순희 기자 |
인공지능(AI)의 발전이 산업 전반에 걸쳐 빠르게 이루어지면서, 법률 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OpenAI의 챗GPT(ChatGPT)와 같은 생성형 AI의 등장 이후, 변호사들이 전통적으로 담당해오던 역할이 상당 부분 자동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변호사의 업무 범위와 영향력이 크게 약화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법률 자문, AI가 대체하고 있다
과거에는 법률 자문을 받기 위해서는 변호사를 직접 만나 상담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인터넷에 접속해 챗GPT 같은 AI 플랫폼에 질문을 입력하면, 간단한 법률 상담은 물론 계약서 검토나 소송 관련 서류 작성까지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다. 게다가 대부분의 AI 서비스는 저렴하거나 무료로 제공되기 때문에, 초기 법률 조언을 얻는 데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이 크게 줄어들었다.
서울에서 스타트업을 운영 중인 김 모 대표는 “계약서 초안이나 개인정보 처리방침을 챗GPT로 작성한 뒤 변호사에게 최종 검토만 맡기고 있다”며 “과거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변호사에게 의뢰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변호사의 업무는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가
이런 흐름 속에서 변호사의 주요 업무가 '기본 자문'에서 '심층 자문'과 '전략 수립'으로 이동하고 있다. 반복적이고 표준화된 업무는 AI가 처리하고, 인간 변호사는 AI가 처리하지 못하는 복잡한 분쟁 조정이나 법적 전략 수립, 재판 과정에서의 변론 등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가 모든 변호사에게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특히 단순 업무에 의존하던 변호사나, 법률 시장에 갓 진입한 젊은 변호사들은 경쟁력 약화라는 현실적인 위기를 체감하고 있다.
한 중견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는 “챗GPT 등장 이후, 기본적인 법률 자문 수익이 크게 줄었다”며 “소송이나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로 이동하지 못하면 살아남기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법률 서비스 시장의 재편이 시작되다
AI의 발전은 변호사뿐 아니라 법률 서비스 시장 전체의 구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부 로펌은 AI 기반 솔루션을 자체 개발하거나 도입해 내부 업무 효율을 높이고 있고,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AI 법률 서비스 플랫폼’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유럽에서는 ‘AI 변호사’의 활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AI가 작성한 법률 서류가 실제 법적 분쟁에서 활용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다만, AI의 법률 자문은 어디까지나 참고 자료일 뿐,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여전히 인간 변호사의 역할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변호사의 역할, 어떻게 재정의될 것인가
AI가 법률 시장에 미친 영향은 분명하다. 반복적이고 표준화된 법률 업무는 AI가 대부분 대체하고 있고, 이는 변호사의 역할을 재정의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법률 전문가로서의 깊이 있는 통찰과 전략적 사고, 윤리적 판단 능력은 AI가 대체할 수 없는 영역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변호사라는 직업이 과거와 같은 권위와 안정성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데는 업계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이제 변호사도 AI를 잘 다루는 법률 기술자(Legal Technologist)가 되어야 한다”는 조언이 현실이 되어가는 시대다.
글쓴이 이정진변호사
- 법무법인 세영(구성원변호사)
-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정책학 박사과정 중퇴
- 2012~ 법무법인 세영 구성원변호사
- 2011~2012 현대자동차 법무실 변호사
- 2009~2010 제40기 사법연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