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아직도 고유한 「한복역사관」은 없을까?

  • 등록 2024.10.09 17:5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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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방울’패턴(무늬) 의복의 세계적 원조국이 우리나라인 듯....

연방타임즈 = 고순희 기자 |

 

<연타칼럼>

 

왜 아직도 고유한 「한복역사관」은 없을까?

▢ ‘물방울’패턴 의복의 원조로서의 ‘한복’

 

‘물방울’패턴(무늬) 의복의 세계적 원조국이 우리나라가 아닌가 생각한다.

 

무용총(舞踊塚-고구려 고분벽화)

 

2000여년 전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고구려의 고분벽화에 ‘물방울’ 패턴의 의복 패션이 잘 표현되어 있다. 벽화의 왼쪽 그림에 검은색의 말을 탄 사람과 무용을 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의 물방울 패턴이 선명하게 그려져 있어서 이 고분을 ‘무용총’이라 명명하게 되었다고 한다.

앞서, 고조선 때 ‘때때옷을 즐겨 입었다’는 사료도 있다. 「해동역사」에 의하면, 관자 경중편에, ‘조선(朝鮮-고조선)에서는 문채가 나는 가죽옷으로 내어서 혼례 때 폐백을 삼는다’고 하고 있으며, 또 동방삭의 신이경에 이르기를, ‘동방에 사람들이 살고 있는데 남자들은 모두 흰 띠에 검은 관을 쓰고, 여자들은 모두 채색한 때때옷을 입는다’고 나온다.

 

「삼국사기」, 「삼국유사」 등 각종 사료에 의하면, 고구려·백제·신라 등 삼국시대의 복식제도 및 풍습에 대한 사료가 어느 정도 소개되고 있다. 참고로, 오늘날에도 널리 통용되고 있는 ‘비단(緋緞)’이라는 단어는 백제·신라 등 삼국시대 관복 색상에서 유래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의 고대시대 의복 풍습에 대한 자료는 중국의 역대 정사(正史) 부록편 및 일본역사서 등에서도 많은 사료를 찾아낼 수가 있다. 유럽과 동남아, 중앙아시아 지역에도 있다. 꼭 필요한 보완적 자료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후한서」의 [동이열전]과 「삼국지」의 [고구려전]에 의하면, ‘예(濊-한반도 동해안에 있었던 고대국가. 동예)나라 사람들은 남녀 모두 깃이 둥근 옷을 입고 은으로 만든 꽃으로 장식을 하였으며, 고구려 사람들은 비단에 수놓은 옷을 입고 금과 은으로 장식을 하였다’라는 기록이 있다. 그리고 「수서」의 [동이열전]에는 ‘신라의 풍속·형정(형벌제도와 정치 행정)·의복은 대략 고구려·백제와 동일하다.’라고 나온다.  이처럼 한복의 고유성과 독자성 관련해서 수 많은 국내·외 역사들에 간간히 잘 소개되어 있다. 아울러 개인문집, 그림, 벽화, 조각 등에서도 시대별·용도별로 그 흔적을 더듬어 볼 수가 있다. 착용형태는 상의하상(上衣下裳)과 상유하고(上襦下袴)의 모습인 것으로 본다.

한복역사의 흔적 더듬기와 관련하여 조선시대 이전의 상징적 인물들로는 혁거세, 허황후, 을파소, 평강공주, 처용, 백결선생, 김유신의 누이와 김춘추, 장보고, 최치원, 이규보, 공민왕, 문익점, 김홍도, 신윤복, 규중부인, 박제가 등을 들 수가 있겠다. 견우와 직녀 등 설화도 많다. 근대적 한복의 자료는 옛 만주지역 및 중국, 미국, 일본, 유럽, 동남아, 중앙아시아, 중남미 등에도 널려 있다.

 


 

▢ 한복산업에 대하여

「삼국사기」에 의하면, 신라는 개국과 동시에 ‘농잠’을 먼저 장려하였다. ‘회소곡(會蘇曲 : 우리 선조의 문집 등에 수 많은 찬사의 글이 있다)’으로 잘 알려지고 있는 바와 같이 섬섬옥수의 역사가 잘 정착하여, 조하주(朝霞紬), 어아주(魚牙紬) 등의 견직물은 대외 주요 교역품으로 당나라(중국), 왜(일본) 등 주변국은 물론이고, 로마(이탈리아), 페르시아(이란 등 오늘날의 중근동)까지 교류한 것으로 보인다. 관련하여‘실크로드(Silk Road-19세기에 만들어진 용어)’의 출발지가 ‘신라(新羅-새로운 견직물을 만드는 국가)’라는‘설(說)’도 있고, 영어 단어‘silk’의 어원이 우리말‘실’에서 뿌리한 것이라는‘설(說-일본의 역사연구 논문)’도 있다.‘잠(蠶)’이라는 글자가 들어안는 지역명도 한복재료 생산기반의 번성 사례라 할 수 있다. ‘마을(마실)’도 그렇다.

 

마직물도 곳곳에서 번창하여 민간의 의류용으로 널리 적용되었으며, 특히 청포(靑布)는 군복의 주요 소재로 널리 이용되었다. 문익점에 의해 소개되어, 일순간 당대에 의복의 혁명을 일으킨 면직물은 고려말 민간에 보급되었다. 동물 가죽의 의복도 널리 이용되었다.

 

민간 의복 수급의 경우, 대부분 가족단위의 자급자족에 의존하였다. 우리 국민 모두가 의복의 제작자이고, 소비자였다. 따라서 자연히 수공업적 작업의 장인이 많았다. 길쌈, 색염, 바느질, 장신구, 시전(市廛 : 시장, 전방, 상점가)...

이러한 정부 주도 중점 육성정책의 섬유의복의 역사는 고려, 조선 등을 거쳐서 1970년대 화학섬유 의복이 등장하기까지 지속적으로 이어진다. 우리 섬유는 1980년대 세계직물수출의 제1위국으로 등극함으로서 오늘날 무역강국으로 발돋음하는데 종잣돈(시드머니) 역할을 하였으며,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기여하였다. 부존자원이 빈약한 국가에서 많은 기업군 성장의 주요 기반이 되었다.

 

사단법인 위드더월드가 「2022년 한복산업 실태조사」를 기초로 살펴본 자료에 의하면, 2020년도 한복산업의 사업체는 3,608개, 종사자는 4,844명, 매출액(시장규모)은 1,420억원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복백서」에 의하면, 2022년 랜덤조사에서 한복 사업체의 89%가 개인사업자이며, 미등록사업체도 6.1%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사업체의 입지는 비수도권이 59.8%, 비수도권이 40.2%였다. 대표자의 연령대는 60세 미만이 53.7%, 60세 이상이 46.3%로 조사됐다. 한복의 진열 매장형이 68.3%이고, 공장·공방 환경형이 18.1%로 뒤를 이었다.

소비경향의 경우에 있어서도 최근에는 실생활 보다는 여가복 중심의 수요증가로 인해 각종 대여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추세이기도 하다. 즉 서울 종로구의 고궁문화권과 경주시, 전주시 등 유명 관광지 등을 중심으로 내·외국인 내방객이 기념 인증의 선호도로 인하여 커다란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과거 ‘의·식·주(衣食住)’가 중요하던 시절, 옷(의상, 의복)의 기능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되고 있다. 보호용(가림용·신분용)·보온용·장식용(패션성) 등이다. 종류와 분류도 다양하다.

현대적 한복산업의 경우 전통한복·생활한복·특수한복 등으로 분류할 수 있으며, 용도에 따라 장인정신에 기반한 기능적 산업의 성격이 강하다. 따라서 실제로 규격화 범주를 가늠하기가 매우 어려운 첨단적 산업분야이기도 하다.

한편, 세계 선진문화강국들은 매년 주요한 패션쇼를 개최하며, 자국민의 역사문화의 자긍심을 한껏 높이고 있기도 하다. 뉴욕·파리·런던·밀라노·도쿄 등의 전통적 세계5대 패션쇼에 대응하여 우리나라도 이의 위상을 차츰 높여가고 있다.

 

▢ 한복문화에 대하여

「한복백서」 등에 의하면, 1996년 ‘한복의 날’행사가 시작되었으며, 2018년부터는 ‘10월 21일’이 끼인 주 일주일간을 ‘한복문화주간’으로 지정 운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 및 각 지자체(광역-기초)에서도 유사한 행사를 많이 진행한다. 자연히 관련한 유관기관과 전문인, 관여인도 늘어나고 있다. 아울러 한복은 2022년 7월 20일 ‘국가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그리고 2019년 영국 옥스퍼드 사전에 ‘hanbok’이 등재되었다고 하며, 한인이민 역군들의 각고의 노력으로 미국에서는 각 주별로, 다른 국가에서는 한인회를 중심으로 다양한 한복행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소개되고 있다.

「문화예술정책백서」 등의 자료에 의하면, 2022년 기준 전국 문화적 기반시설은 2,972개이다. 전국의 박물관(미술관 포함)은 1,164개이며, 법률적 등록 박물관은 754개 정도이다. 이 가운데 한복에 대한 전체적 역사를 더듬어 볼 수 있는 전문관은 아직 없는 것으로 보인다. 몇몇 대학과 일부 개인이 유물 및 기획전시 정도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복백서」, 「문화예술정책백서」등에서도 인정하고 있듯이 어디에도 우리 한복에 대한 전반적 총 역사를 더듬어 찾기가 매우 어렵다. 각 책 첫 머리에 나온다. 과거는 빈약하고 현재적 경향이다. 그나마도 대부분 특정시기 일상복(생활복)에 한정되어 있다. 이마저도 개인적 창작물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 같거나 난해하다. 애니메이션에 가까운 경우도 많다. 출처나 근거도 애매하다. 물론 창작은 자유이다. 그리고 모방도 창작의 일종이다. 그러나 모방의 활용(준용)에는 고유의 정체성을 가미하여야 한다. 책임도 수반한다. 문화는 교류에서도 창출되며, 시대의 산물이다. 따라서 글로벌시대에 문화적 폐쇄는 어폐가 있다. 한편 의복은 항상 시대의 첨단과학이고, 생활윤택의 선두주자이다.

「섬유풍속, 2100년간의 이야기」 등의 자료에 의하면, 파악 가능한 세계의 섬유·의복 관련 박물관(역사관)은 1,300만여개(관련 자료 및 인터넷 포탈 등의 UN 등 외국의 자료)가 되며, 국가별·지역별·민속별 나름의 고유특징 사료를 지속적으로 발굴·복원 작업을 전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제는 한복역사에 대해 공론·공감하는 고민과 함께 그 족적을 더듬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차제에 ‘한복(韓服)’의 어원적 개념과 범주의 정리도 동반되어야 한다. 한복은 밝음의 미학이다. 우리 삶의 귀한 표상이다.

 

▢ 한복역사의 포트폴리오적 문화기반 집적화로 자긍심 높임 추진 필요

한류 문화의 근간은 우리의 ‘의·식·주’와 풍속이다. 그런데 이의 으뜸이 되는 고유한 독자성의 「한복역사관」이 어떻게 아직도 없다. 실제로 전혀 없다고 하여도 무방하다고 본다. 제대로 정리된 ‘한복 연표’도 찾기가 어렵다. 각종 개설·개요만 산재할 뿐이다. 복식사 관련 자료도 대동소이하다.

 

한복의 유구하고 찬란한 역사를 시대별·용도별·소재별 등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한 곳에서 더듬어 볼 수 있는 공간이 없어 너무 아쉽다. 세계적 문화 및 무역 강국을 자부함에도 고유·독특의 한복 의상(복식) 관련 종합적 역사관(박물관)이 아직 없다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부끄럽고, 안타까운 현실이라 본다. 소중한 뿌리를 잊고 있다. 묻혀두고 있다. 왜 일까? 너무 귀중해 보여주기 싫어서... 힘이 들 것 같아 엄두가 나지 않아서... 복잡하여 귀찮아서...

흔히 우리나라 역사를 5000여년으로 본다. 사료에 의하면,‘조선’에 이르기까지 최소 22여개(삼한 전후의 부족 집단 78여개는 별개)의 나라가 존재했다. 외침은 안 했다. 그리고 기록된 나라명은 아니지만 지역명에‘주(州)’라는 글자가 들어가 있는 지역도 하나의 나라 형태로 보아도 무방하다. 향토사학이다.

 

한복의 문화가 융성하면 연관적 시너지 효과도 장대하다. 기능적인 측면에서 장인, 기능인, 디자인 등의 각종 기획전문에 대한 육성 장려가 가능하고, 지역발전에 있어서도 문화관광의 포괄적 마케팅화 기반 조성 및 원단(소재)업종, 봉제업종, 설비업종, 유통·판매업종 등의 유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는 ▸역사성(당위성) ▸입지성(접근성) ▸관람객 유치성(지속성) ▸운영의 영속성(신뢰성 등) ▸고객만족성(편의시설 및 주변 연계 특화환경 포함) 등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충족이 요건도 많다. 지역발전과의 상생도 함께해야 한다. 역동적 환경이어야 한다. 역사는 의도하여 만들기도 한다. 시작이 중요하다.

 

한류가 각광받고 있는 지금의 추세에, 한복의 유구하고 찬란한 역사를 조명할 수 있는 테마공간이 가능한 시급하게 조성되었으면 한다. 또한 궁금한 ‘세계전통복식’을 한 곳에서 비교 열람할 수 있는 공간 마련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겠다. 이를 만드는 설비와 소재, 부자재 부분 등에 관해서도 염두해야 한다. 아울러 인접한 곳에서 한복 입기를 체험하고, 구매하고, 제작에도 참여할 수 있는 넉넉한 넓이의‘한복테마스트리트(리조트 연계형)’도 조성하면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 쉽지 않은 시도일 수 있다. 한복에는 유형젹 성격 보다 무형적 성격도 많고, 각종 사료의 빈약·난해·편협·아집 등으로 말미암아 명약관화하게 많은 논란의 여지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정보의 공유가 필요하다.

 

깊은 인내와 긴 여정을 감안한 기획과 폭넓은 자료조사, 소통으로 숙의된 발굴·복원 작업이 이루어질 수 있었으면 한다. 이러한 시도가 꼭 불가능한 사항이라고만 할 수는 없을 것이라 본다. 근래의 한복은 19세기 말 이후 타의에 의해 유입된 소위 신문화에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 시대변화의 성향도 있다. 옛 정취는 잊혀지거나 단절된 역사가 많다. 격동의 150여년이다. 다행히 5000년 역사가 빚어낸 고유 영역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 족적이나 흔적은 곳곳에 있다. 우리 역사가 이어지는 한 우리 민족문화의 고유·독창성을 내·외국인에게 보여줄 콘텐츠로 한복도 최적이다. 우리의 것 찾기와 지킴에도 귀중한 작업이 될 것이다. 후대에게도 소중한 역사 전래와 귀감이 될 수 있다. 대내·외의 논쟁도 잠재울 수가 있을 것이다. 스토리텔링화가 시급한 이유이다.

 

4차산업혁명, 디지털, AI 등의 시대에도 역사의 기본적 콘텐츠에 대해서는 누군가가 앞장서 우리의 실증적 원시(원천)데이터를 구축(전시화·아카이브화 등) 및 제공(공개)해 주어야 만이 창조나 창의의 제대로 된 확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작업은 엄청 어려울 수도 있고, 의외로 지극히 단순·간단 명료할 수도 있다. 접근의 의도와 방법에 따라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본다.

 

현재, 「전통문화산업진흥법」이 제정(법률 제19705호, 2023년 9월 14일 공포, 2024년 9일 15일 시행)됨에 따라, 각종 한류문화에 대한 유관 주체별 제반 준비 정책 작업도 발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다.

 

한복 역사의 전반적 정체성이 진하게 스며드는 유구한 문화박물역사의 자긍심 발로와 그 높임의 스펙타클한 장의 마련이 시급히 추진될 수 있었으면 한다. 국가적 공신력과 사명감으로 글로벌 메가트랜드를 잘 수용하는 포트폴리오적 한복 문화기반 조성의 체계적 기획·장대한 구축의 빠른 착수를 기대해 본다.

한글날에 즈음하여 염원한다. 곧바로 한복문화주간도 다가오고 있기도 하다.

 

박원호 사단법인 위드더월드 이사 (whpark57@naver.com)

 


 

고순희 기자 gshtour@hanma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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