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타임즈 = 박순응 기자 |
러시아가 17일(현지시각) 흑해 곡물 협정의 종료를 공식 발표했다. 튀르키예와 유엔의 중재로 체결된 흑해곡물협정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전쟁 중에도 곡물과 비료 등을 수출할 수 있도록 한 장치다. 이 소식에 선물시장에서 곡물 가격이 뛰었다.
러시아 타스 통신과 미국 CNBC 등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17일 전화회견을 통해 "흑해 곡물 협정은 오늘(18일 0시)부터 효력이 없다"고 말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러시아가 앞서 밝힌 대로 협정의 데드라인은 17일 자정"이라면서 "불행히도 러시아 관련 사항이 아직 이행되지 않았고, 따라서 협정이 종료됐다"고 밝혔다.
러시아 측은 발표에 앞서 튀르키예와 우크라이나,유엔에 협정 연정 거부 의사를 전달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그러나 상화 변화에 따라 재개 여지를 남겨둔 만큼 물밑협상으로 협정이 다시 연장될 가능성은 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협정이 중단됐지만, 러시아 관련 사항이 이행되는 즉시 러시아는 협정 이행에 복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13일 협정 탈퇴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데 이어 지난 13일에도 국영방송 인터뷰를 통해 동일한 입장을 확인했다.
유엔과 튀르키예의 중재로 지난해 7월22일 체결된 흑해곡물협정은 전쟁 이후 봉쇄된 우크라이나 주요 항구들에서 곡물 수출을 재개하고, 러시아의 식량과 비료를 원활히 수출할 수 있도록 한 장치다. 협정은 러시아의 이탈 위협 속에서도 세 차례 연장되며 식량 부족과 곡물 가격 급등세를 진정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크렘린궁의 이번 거부로 네 번째 연장에는 실패했다. 러시아는 자국산 곡물·비료 수출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하며 기한 만료 때마다 협정을 중단하겠다고 위협해 왔다.
유럽과 유엔 등은 제재 대상인 러시아 농업은행이 자회사를 만들어 국제결제망에 복귀하는 방안을 제시하며 협정 추가 연장을 중재해왔다. 러시아 측은 제재 해제 없이 자회사를 설립하는 방안은 현실성이 없다며 거부했다.
흑해곡물협정 연장 실패에 따라 곡물가격 상승 등 식량 위기가 재현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밀과 옥수수 선물가격이 급등한 것이다.
이날 시카고선물거래소(CBBOT)에서 8월 인도 밀 선물은 장중 전거래일에 비해 4.24% 급등한 부셸당 6.89달러까지 치솟았다. 이는 부셸당 7.06달러까지 오른 지난달 28일 이후 최고치다. 옥수수 선물가격도 부셸당 5.26달러까지 치솟았다.
유라시아그룹의 피터 세레티 분석가는 CNBC에 "곡물협정 종료는 유럽의 가뭄과 엘니뇨의 시작처럼 식료품가격에 상승압력을 더할 것"이라면서 "이번 협정 붕괴로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시작은 흑해지역에서 대량의 곡물을 수입하는 북아프리카와 레반트(팔레스타인, 시리아, 요르단과 레바논 등을 포함하는 지역)지역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