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파운드리로 韓 TSMC' 꿈꾸는 DB하이텍…'개미' 설득 난제

  • 등록 2023.03.27 10:3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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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총서 파운드리 전문화·비상장 내걸며 '주주 달래기'
"제2의 미디어텍으로 키울 것" 소액주주 반응은 싸늘

 

 

DB하이텍가 청팹리스(반도체 설계사업)를 자회사로 떼어내는 사업구조 개편을 통해 '순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는 꿈꾸고 있다.

 

 

하지만 DB하이텍의 청사진은 다시 한번 주주들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DB하이텍은 이미 지난해 소액주주들의 거센 반발로 물적분할이 무산된 경험이 있으며, 신설 법인을 향후 5년간 상장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걸며 일반주주 권익을 위한 일종의 '안전장치'도 마련했다.  

 

 

아울러 글로벌 파운드리 1위인 대만 TSMC를 모델 삼아 설비투자와 전문화를 통해 향후 기업가치를 6조원으로 키우겠다며 '주주 달래기'에도 나섰다.

 

그러나 이번에도 소액주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물적분할 후 신설회사가 상장하면 기존 회사의 기업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 회사 측이 내건 '5년간 비상장' 조건도 충분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DB하이텍의 소액주주 비율이 75%에 달하는 만큼 물적분할 안건 통과의 '키'는 소액주주들이 쥐고 있어 주주총회에서 치열한 표대결이 예상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DB하이텍(000990)은 오는 29일 주주총회를 열어 팹리스부문 물적분할 안건 등을 처리할 예정이다.

 

◇ TSMC 벤치마킹 택한 DB하이텍 "파운드리-팹리스 결별은 '윈윈'"

 

DB하이텍은 설계 부문인 팹리스와 반도체를 위탁생산하는 파운드리 분야를 모두 운영한다. 비중은 각 20%, 80% 수준으로 파운드리가 DB하이텍의 주력 사업이다.

 

이 같은 종합반도체 기업들은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한다. 팹리스 기업은 같은 팹리스까지 운영하는 파운드리 기업에 반도체 일감을 위탁하기 부담스러워 하는 특징이 있다. 설계 기술 유출 우려 때문이다. 그간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분사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왔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DB하이텍 관계자도 "고객사와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파운드리와 브랜드 사업의 구조를 봤을 때 두 사업을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회사의 장기적인 성장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DB하이텍의 벤치마킹 대상은 전세계 파운드리시장에서 1위와 3위를 기록 중인 TSMC와 UMC다. '순수 파운드리'는 TSMC, UMC 등 글로벌 파운드리 업계의 공통된 전략이다. 대만 TSMC는 창업 이래 '고객(팹리스)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기반으로 시장 지배력을 높여가고 있다.  

 

 

UMC 역시 1990년 설계사업부서를 미디어텍과 노바텍으로 분사한 후 본업인 파운드리 사업에 집중하면서 사업규모를 10배 가까이 늘렸다.

 

DB하이텍이 분사 이후 DB팹리스를 '미디어텍'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내건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DB하이텍의 팹리스 부문을 이끌어 온 황규철 사장은 "모회사인 DB하이텍과의 시너지를 높여 '제 2의 미디어텍'으로 키워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 "주가 떨어질라" 물적분할 민감한 소액주주들…주총서 결론

 

DB하이텍은 물적분할의 목적이 어디까지나 사업 전문성 강화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소액주주 반대를 의식한 듯 주주친화 정책도 함께 내놨다. 분할되는 신설법인은 물적분할 자회사를 상장해 주주들의 권익을 훼손한 사례와는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물적분할은 A 회사가 신설회사 B의 지분율을 100% 보유하는 형태다. 기존 주주가 A 회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B회사의 지분율로 이어지지 않는다.  

 

 

만약 DB하이텍이 팹리스를 쪼개서 상장하게 된다면, 떼어낸 가치만큼 주주들의 가치가 손실되는 셈이다. 이 때문에 물적분할 이슈는 주가에 '악재'로 꼽힌다. DB하이텍이 지난해 9월 물적분할 추진 당시에도 소액주주연대의 반발에 부딪혀 안건을 철회한 바 있다.

 

DB하이텍의 '당근책'에도 일부 소액주주는 회사 측이 내건 '5년 간 비상장' 조건이 충분치 않다고 보고 있다.  

 

 

DB하이텍은 '물적분할 주주보호방안'을 통해 신설 자회사 DB팹리스를 분할시점부터 5년 이내에 상장할 경우 주주총회 특별결의로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명시했다. 상장을 추진하지 않지만 '불가피하게' 상장할 경우 DB하이텍의 주주총회를 통해 주주들의 동의를 거치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소액주주연대는 '5년'이라는 기간 설정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상장은 상법상 주총 결의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상장 요건만 맞추면 이사회 결정으로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소액주주들은 2대 주주인 국민연금 등을 설득해 물적분할을 막아내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만큼 주총에서 팹리스 분사 관련 표대결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지난해 3분기 기준 DB하이텍 주요 주주는 DB Inc. 및 특수관계인 17.84%, 국민연금 8.34%, 나머지 73.82%는 소액주주 및 기타 지분이다. 물적분할안은 특별결의사항으로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1 이상과 출석주주 3분의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김문수 국장 moonsu4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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