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대표팀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참사로 흥행에 빨간불이 켜졌던 KBO리그가 일단 한숨을 돌리고 있다.
시범경기 단계인데, 적잖은 팬들이 경기장을 찾고 있다. 이는 KBO리그 최고의 현역 선수인 이정후가 키움 히어로즈 복귀 후 처음 출전한 시범경기는 목요일 낮에 열렸음에도 3843명의 관중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프로야구 10개 구단은 한국 대표팀의 WBC 1라운드 탈락이 확정된 지난 13일부터 팀당 14경기씩 총 70경기를 소화하는 시범경기를 진행하고 있다.
그동안 야구대표팀 성적이 KBO리그 흥행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왔기 때문에 야구계는 대표팀의 졸전과 WBC 1라운드 탈락으로 들끓은 여론에 전전긍긍했다. 하지만 큰 영향을 주지 않는 모습이다.
13일부터 17일까지 펼쳐진 시범경기 20경기에는 총 2만1785명이 입장했다. 경기당 평균 1000명이 조금 넘는 수치다. 티켓 가격이 '무료'이긴 하지만, 경기가 평일 오후 2시에 시작하고 최근 꽃샘추위가 이어졌던 걸 고려하면 적지 않은 기록이다.
특히 1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IA-키움전에는 3843명이 입장했다. 이번 시즌 시범경기 최다관중으로, 지난해 키움의 정규시즌 평균 홈 관중 4857명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었다.
키움의 시범경기 관중은 1558명-1597명-2466명-3843명으로 점점 늘고 있다. 이 기간 서울에서 유일하게 펼쳐진 시범경기이고, 돔구장의 특성상 날씨의 영향을 안 받아 관람하기도 쾌적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슈퍼스타의 존재감도 컸다. 지난 14일 WBC를 마치고 귀국한 이정후는 곧바로 소속팀에 합류, 시범경기 일정을 소화하면서 야구팬들을 고척스카이돔으로 불러 모았다. 이정후는 15일 훈련만 소화했지만 15일 경기에는 3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2타수 1안타로 팬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시범경기에 관중이 오고 있는 것은 야구에 대한 목마름도 크기 때문이다. 야구팬들이 직접 현장에서 시범경기를 볼 수 있는 것은 2019년 이후 4년 만이다. 그동안 시범경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탓에 무관중으로 진행돼 왔다.
한 구단 관계자는 "시범경기는 겨우 내 야구 직관에 대한 갈증이 컸던 팬들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다. 각 구단이 새 시즌을 대비해 전력을 다지고 새로운 선수를 영입하면서 팬들의 기대감도 커진 것 같다"고 전했다.